그렇다면 해왕성의 공식적인 발견자는 누구인가. 이 문제는 논란거리가 될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다. 해왕성이 발견되기 오래 전부터, 과학자들은 그 존재 여부에 잔뜩 의구심을 품고 있던 참이었다. 천왕성이 항상 예정된 궤도에서 오르락내리락했기 때문이다. 이 점을 설명하기 위해 수많은 가설들이 제기되었다. 그 중에서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행성이 천왕성에 중력을 작용시켜 궤도를 교란시킨다'는 가설이 가장 그럴듯해 보였다. 그러나 새 행성의 위치는 예측만 되었지, 정작 실제적인 발견은 안되는 상황이었다. 세계의 주요 천문대에서 일하는 여러 천문학자들은 꾸준히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관측을 계속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만 급해질 뿐, 점점 더 강박관념에 쫓겨야 했다. 

이제부터 등장할 중심 인물은 존 카우치 애덤스(1819 ~ 1892).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에 다닐 때, 특히 수학이 뛰어난 학생으로 유명했다. 그는 22세 생일을 치르고 난 후, 문득 알려지지 않은 행성을 찾아보기로 결심했다(사실 애덤스는 1834년 메어리 서머빌이 쓴 책을 보고 이 분야에 적잖은 자극을 받았다. 메어리 서머빌은 과학을 대중화시킨 최초의 여성 2인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 다른 한 사람은 캐롤라인 허셀로, 왕립 천문학회에 명예회원으로 추대되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선거는 하지 못했다). 

1843년에 졸업한 애덤스는 동기들과 비교가 안될 만큼 뛰어난 복소수학 능력을 이용, 이 문제에 골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애덤스는 천문학 연구를 부득이 휴가 기간 중에만 해야 했다. 그는 형제가 무려 여섯이었으며, 부모님은 시골의 가난한 농부였다. 더욱이 부모님이 자신을 교육시키는 데 들인 돈을 갚기 위해 줄곧 개인교사 일을 해야 했다. 이런 와중에서도 그는 케임브리지 천문대장 제임스 챌리스에게 관측 자료를 제공해달라고 계속 요청했다. 챌리스는 애덤스의 요청을 천문학자인 조지 에어리(1801 ~ 1892) 경에게 다시 전달했다. 그런데 에어리 경은 성격이 매우 이기적이고 편협한 인물이었다. 

처음에 그는 애덤스를 직접 만나고 싶어했으나, 애덤스는 개인지도 때문에 너무 바빠서 시간을 낼 수 없었다. 이 무렵 애덤스는 신비의 행성 위치를 1845년 9월까지 정확히 예측한 그림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이 그림들을 챌리스에게 보냈고, 챌리스는 다시 애덤스에게 에어리와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제안했다.
그래서 애덤스는 에어리를 만나기 위해 실제로 애를 썼다. 그는 우선 에어리에게 '나름대로 연구하는 것이 있는데, 당신을 개인적으로 만나 그것을 설명하고 싶다'고 분명히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애덤스의 첫번째 시도는 불행히도 성사되지 못했다. 에어리가 그때 마침 프랑스에 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 시도. 애덤스는 출산을 1주일 앞둔 에어리의 부인을 방문해서 자신의 이름과 메세지를 남겨놓았다. 잠시 후 에어리가 돌아왔지만, 그녀는 애덤스가 방문했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몇 시간 후 애덤스가 에어리의 집을 다시 방문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하인이 '주인 어른은 식사 중에 방해받기를 원치 않으신다'며 애덤스를 가로막았다. 이쯤 되자 애덤스도 별수없이 퇴짜를 맞았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래서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당시 에어리는 애덤스의 연구 내용을 대충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와 관련된 어떤 구체적인 시도도 하지 않았다. 그는 기본적으로 애덤스의 연구 방법을 탐탁치 않게 여겼기 때문이다. 애덤스의 아이디어는 이론 수학을 기초 지식으로 삼아, 찾고자 하는 행성의 위치를 미리 예견하고 관측을 통해 이를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에어리는 이 방법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이와는 반대의 방법, 즉 관측이 선행되고 그 후에 이론적인 확인을 거치는 방법으로 연구가 수행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또한 에어리가 '과거에는 중력이 토성 궤도에 작용하지 않았다'고 믿었던 반면, 애덤스는 뉴턴의 이론을 강력한 근거로 삼아 '중력은 어느 곳에서나 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에어리는 애덤스의 반대편에 서기로 마음먹었다. 애덤스에게는 사회적 지위가 없었으므로 그를 무시하기는 간단했다. 그런데 에어리도 다소 불안감을 느꼈는지 애덤스의 연구 자료를 아마추어 망원경 제작자인 윌리엄 라셀에게 건네주며 행성을 찾아보라고 했다. 그러나 라셀은 그즈음 발목을 삐어 계속 누워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실제적인 관측을 할 수가 없었다. 1845년 11월, 에어리는 마침내 애덤스에게 회답을 보냈다. 그러나 이 때도 그에게 단지 질문만 던졌을 뿐이었다. 그러나 에어리는 최소한 애덤스가 하늘을 계속 탐사하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한편 애덤스는 앞서 행성의 위치를 예측한 그림들을 다시 계산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에어리에게는 끝끝내 답장을 하지 않았다. 어쨌든 이런 와중에서도 해왕성은 애덤스가 예측했던 거의 그 장소에서 정확히 태양 주위를 돌고 있었다. 비록 보이지는 않았지만. 바다 건너 프랑스에서도 이와 비슷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1845년, 르베리에(1811 ~ 1877)는 파리과학회에서 자신의 논문 시리즈를 소개하던 중 '계산 결과, 천왕성의 궤도는 어떤 미지의 행성 때문에 섭동(攝動)을 받고 있음에 틀림없다'고 발표했다. 그의 예측값과 애덤스의 연구 결과는 단지 1도의 차이만 났을 뿐이다.

그러나 영국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도 예측만 발표되었을 뿐, 실제로 이 행성을 찾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쨌든 르베리에의 발표는 얼마 후 미국에 전해졌고, 워싱턴 D.C.해군천문대에 소속된 어느 천문학자가 공동 탐색을 제의해왔다. 그의 제의는 호의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르베리에는 어쩐지 자기 능력을 무시당하는 것 같아 '그럴 필요 없다'며 거절해버렸다.

여기는 다시 영국. 조지 에어리는 르베리에의 계산 결과를 듣고 크게 감탄했다. 이유는 극히 간단하다. 애덤스와 달리 르베리에는 당시 이미 유명세를 크게 떨치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에어리는 제임스 챌리스, 존 허셀, 그리고 기타 다른 과학자들의 모임에 새로운 행성이 막 발견될 참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에어리는 애덤스의 이름을 단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아니, 언급은 커녕 그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며칠 후, 에어리는 다른 천문학자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얘기를 나누던 중 우연히 애덤스를 만났다. 그러나 그는 이때도 프랑스에서 어떤 연구 계발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애덤스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대신, 에어리는 한 전직 교수에게 현재 프랑스 천문학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 내용을 이야기해주었다. 교수는 정작 영국에서는 그 '보이지 않는 미지의 행성'을 찾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에어리에게 한시라도 빨리 직접 시도해보라고 권유했다. 그제서야 자극을 받은 에어리도 챌리스에게 적극적으로 행성을 찾아보라고 독촉했다. 그로부터 1주일 반을 연기한 끝에, 챌리스는 드디어 행성을 찾기 위해 하늘의 30도 면 전체를 훑어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는 애덤스가 제시한 위치로 곧장 가지는 않았다. 한편 이 모든 일들이 진행되는 동안 애덤스는 계산을 다시 정확하게 해냈고, 그 결과를 당시 외국에 나가 있던 에어리에게 보냈다. 그리고 애덤스는 자신이 발견한 내용을 직접 영국 진보과학회의 세미나에서 발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천문학 분야 순서가 끝난 뒤였다. 그는 여전히 탐색을 수행할 주요 천문대측을 납득시킬 만한 능력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르베리에에게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영국, 프랑스, 미국에서는 아무도 이 미지의 행성을 찾는 데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르베리에는 자신의 연구 자료를 요한 갈레에게 보냈다. 갈레는 베를린 천문대의 부천문대장으로 재작하고 있었는데, 꼭 1년 전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을 르베리에에게 보낸 적이 있었다.

르베리에의 편지를 받은 바로 그날, 갈레와 베를린 천문대의 학생이었던 하인리히 다레스트는 망원경을 물병자리 쪽으로 움직여보고 있었다.애덤스와 르베리에 둘다 미지의 천체가 있어야 한다고 예측했던 바로 그곳이었다. 행성은 1시간 안에 잡혔고, 이 행성의 존재는 이튿날 더욱 확실해졌다.
다음 과제는 행성의 이름을 짓는 일이었다. 갈레는 '야누스'로 부르자고 주장했고, 르베리에는 처음에 '넵튠'을 제안했다. 프랑스 경도관리국은 르베리에의 의견을 받아들여 '넵튠'이라는 이름을 채택했다. 그러나 보다 더 면밀히 검토한 결과,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따서 이 행성을 '르베리에'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천문학자 프랑수와 아라고를 설득, 파리과학회에 다시 이 이름을 제안했다. 그러나 결국 과학자들은 르베리에가 처음 제안했던 '넵튠'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한편 영국에서는 에어리와 챌리스가 자신들도 이번 발견에 나름대로 한몫을 했음을 주장하기 위해 그야말로 부산을 떨었다. 그런데 에어리는 애덤스에 대한 반감이 정말 끝이 없었던 것 같다. 그는 르베리에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당신이 그 행성의 위치를 예측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당신은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그즈음에 존 허셀이 해왕성 발견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본문 중에 애덤스의 이름을 밝히는 등, 그의 공헌을 인정했다. 이 일은 프랑스인들을 무척이나 화나게 했다. 프랑스인들은 영국이 자신들의 명예를 위해 뒤늦게 이런 주장을 펼침으로써, 이위대한 프랑스의 발견을 깎아내리려 한다고 느꼈다.

결국 이런 문제에 개의치 않았던 사람은 애덤스와 르베리에, 둘뿐이었다. 르베리에는 존 허셀이 주최한 파티에서 애덤스를 만났고, 금세 친구가 되었다. 이 사건은 인간의 옹졸함이 과학 연구를 방해한 대표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일화에 나오는 르베리에, 애덤스, 갈레는해왕성의 고리 이름으로 영원히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