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들이 '재활용'돼 천재밴드로 나서다 

만화 '오디션'의 '재활용밴드' 가상인터뷰

권 당 평균 10만부 판매. 권당 3만부만 넘어도 히트작으로 통하는 좁은 국내 만화계에선 놀라운 기록이다.

그것도 독자층이 상대적으로 좁은 순정만화다. 천계영의 『오디션』(서울문화 사). 만화잡지 『윙크』에 연재 중이며 현재 7권까지 나왔다.

『오디션』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흙 속에 묻힌 진주처럼 자신들의 음악적 재 능을 모른 채 지내던 네 명의 소년이 우연히 발탁돼 전국 오디션에서 1위를 차 지, 가수로 데뷔한다는 내용이다.

영하의 추위가 이틀째 계속되던 지난 8일 `오디션` 재활용밴드 멤버들을 만났 다. (만화의 주인공들이니까 물론 가상의 공간이다) 한번 들은 음악은 까먹지 않고 바로 악보에 옮길 수 있는 베이시스트 장달봉, 펑크든 힙합이든 천부적 인 리듬감으로 풀어내는 드러머 류미끼, 손가락이 길고 손놀림이 잽싸 풍부한 감성의 건반 연주를 들려주는 국철, 그리고 폭발적 성량과 카스트라토(거세한 남자 하이소프라노)의 음역을 넘나드는 `가성을 지닌 `보컬 황보래용 등이었 다.

먼저 그들의 매니저인 송명자가 1백77㎝의 큰 키도 모자라 12㎝나 되는 하이힐 을 신고 나타났다. 오디션을 개최한 음반사 송송기획 회장의 딸이다.

죽은 아버지가 십수년전 오다가다 마주친 네 명의 천재들을 찾아내 오디션에 서 1등을 하게 해야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비운의 상속녀` 다.

(기자의 10시간은 일곱권의 만화책을 두 차례에 걸쳐 읽고 `오디션` 홈페이지 (http://auditionn.com)에 접속, 약 1천 건에 달하는 팬들의 감상문을 체크하 느라 순식간에 흘러갔다.)

이 들은 아직 오디션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긴장과 흥분이 덜 풀린 상태였 다. 우선 오디션 전과 후의 변화가 궁금했다. 송명자의 귀띔으론 이들은 처음 부터 `음악 천재` 는 아니었다.

장달봉은 "중국집 종업원 중에 5년 전속계약 맺은 사람 봤느냐" 고 기자에게 대뜸 물었다. 전속계약? 중학교를 중퇴하고 마포의 한 중국집 배달원으로 일하 던 그는 자장면을 기가 막히게 비벼주는 `비벼드려요` 서비스를 개발, 손님을 양떼구름처럼 몰고 다녔다.

류미끼는 고1 중퇴 후 백댄서를 했다. 외모에서 눈치챈 사람도 많겠지만 그는 백인 혼혈이다. 여성으로 오인받기 일쑤다.

멤버 중 전직이 가장 충격적인 인물은 국철이다. 소매치기. 성격도 말하는 걸 들어보면 무척 반항적이고 냉소적이다.

『캔디』의 테리우스를 닮은 이미지 덕분인지 지난해말 `오디션` 홈페이지에 서 실시한 인기투표에서 4명 중 1위를 차지했다(3천2백49명 중 43.8%의 압도 적 지지다).

막내 황보래용은 `안쓰럽게도 `조울증을 앓고 있다. 자신이 외계의 별 레에서 온 베레베레베레라고 믿고 있다. 레에는 여자친구 몰레몰레몰레가 살고 있다 나. 슬픔과 기쁨의 양극단을 오간다.

(그는 이날 가장 의상이 돋보였던 멤버였다. `상수동 계모임 친목회 기념` 이 라고 쓰인 흰 타월을 목에 두르고 이태원 리어카에서 파는 눈알반지를 낀 그 의 패션은 사이버펑크족이 모델이란다. 머리 색깔은 오렌지색. )

이들은 처음엔 음악의 `음` 자도 몰랐다. "악기라면 피리는 불 줄 알아. 초등학교 때 배웠어" (장달봉) "난 노래 잘하는 것 같은데 남들이 음치래" (황보래용) "드럼 옆에서 춤 춰본 적은 있지" (류미끼) "왜 내가 뭔가 할 줄 알아야 하지?" (국철)

이들 모두 "오디션이 없었다면 내가 음악을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알지 못했을 것" 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디션에서 얻은 소중한 소득은 "음악을 하는 이유가 우리 자신이 즐겁고 행복 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깨달았다" 는 것. 1차 본선에서 만난 청학동댕기즈가 들 려준 "知之者는 不如好之者요, 好之者는 不如樂之者라" 는 공자님의 말씀이 큰 도움이 됐다.

박식한 황보래용이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 만 못하다" 고 즉각 풀이해준다.

`왜 내가 음악을 하는가 `하는 원초적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지 못한 채 스케줄 과 인기에 질질 끌려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는 숱한 10대 그룹들과 대비되는 성 숙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이날 "5차 본선을 앞두고 있어 시간을 많이 내지 못한다" 며 미안해했 다. 섀도 창법(목소리를 두 갈래로 내는 창법)을 구사하는 티베트 출신 고승 인 이노무시키와 대결하기 위한 전략을 짜야 한다며 총총히 사라졌다.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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