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까 한다. 넝마나 쓰레기를 줍는 일이 밥벌이가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쓰레기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지만 당시의 사업들을 생각하면 그 의미는 훨씬 복잡해 졌다.
분리수거니 다이옥신이니 배출량 조절이니 그런 복잡한 문구가 아닌 순수한 자원으로서의 쓰레기만을 생각할 수 있었던 참으로 소박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쓰레기는 그저 버리면 그만인 대상이었지 복잡한 처리(processing)의 대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부서진 라디오를 엿과 바꿀 수 있었던 시절, 고물상마저 외면한 물건은 저습지나 동네 공터에 함부로(!) 버리면 그만인 시절, 이마저 넝마주이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야 진정한 쓰레기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양철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고무신에서 빈병, 함석, 심지어 여인들의 머리카락에 이르기까지 닥치는 데로 흥정을 통해 물건을 수거해가던 엿장수부터 긴 함석 집게와 커다란 대나무 바구니를 짊어지고 종이조각이나 헝겊 등을 주워 모으던 넝마주이아저씨까지... '로봇태권 V' 시리즈를 극장에서 보았던 세대와 교실에 박대통령의 사진을 기억하는 세대라면 희미하게나마 이들의 기억을 떠올리며 향수에 젖을 것이다.

사사로운 이야기를 하나 할까 한다. 십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나는 당시 어떤 사조?에 이끌려 국외를 배회하며 떠돌이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나의 방황이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무관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 나의 방황을 너무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여하튼 나의 그 거창해 보이던 방황을 종식시키게 된 배경이 내 고향의 쓰레기 매립장 건설이였다. 나의 아버지와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들이 묻혀 있는 그곳이 쓰레기 매립장으로 변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은 결국 진행되었고 이제는 그 쓰레기를 매개로 나는 밥을 먹는 있다.

나의 쓰레기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요즘 쓰레기는 과거와는 달리 여러 가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만 하는 대상으로 변해 버렸다. 그 내용도 까다로워 행정적, 물리적, 화학적 처리를 요구하는 상황이며 어느 곳 하나 쓰레기문제로 고심하지 않는 지자체가 없을 정도이다. 온갖 행정 사안 중에서도 항상 수위의 항목으로 거론된다. 혹 매립지나 소각장을 건설하려 들면 지역주민들을 자극해 님비(Not In My Back Yard)현상을 불러일으키기 일쑤이다.
이제 쓰레기는 세상에서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로 그 의미와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져 버렸다. 과거 엿장수와 넝마주이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쓰레기를 둘러싼 이해 관계가 너무나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때 민주화운동가들 중 상당수가 환경운동가로 바뀌면서 쓰레기가 이제는 정치판에도 종종 등장한다. 정말 쓰레기의 변화는 무궁무진하다. 나의 개인적인 역사에서부터...

쓰레기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있다. 쓰레기 같은 인간에서 쓰레기에 대한 소비와 생산에 이르기까지 온갖 쓰레기를 둘러싼 담론이 가득하다. 좋은 의미이든 나쁜 의미이든 앞으로 쓰레기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은 점점 커져만 갈 것이다.
나 또한 쓰레기를 통해 세상을 보고 있다. 쓰레기에 대한 피해의식이 이제는 연민? 친숙한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나는 오늘도 쓰레기와 미래를 꿈꾼다. 이 좋은 자원을 버려주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보내며......




최재정은?

- 계명대 서양화과 졸업
- 축제문화연구소장역임
- 정크문화기획 "기쁜 예술단"단장
  w.커뮤니케이션 대표역임
   
기획 프로그램
  91, 92 지구의 날 기념축제.
92 낙동강환경축제.
93, 94, 95 봉산거리미술제 1, 2, 3회.
93 방천리 정크아트 페스티발.
97 경주 문화엑스포 선포식 기획.연출.
98 고대 이집트 문명전 기획실장.
99 캘리포니아 리사이클타운협회 아트페스티발 참가.
현 (주)지구에서 살아남는 법 대표이사


가슴뛰는 삶을 살아라 (2001.1)

'지구에서 살아남는 법'에 담긴 거창하지만 私事로운 이야기(20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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