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Merzbau - 삶과 예술의 거대한 일기장

쿠르트 슈비터즈는 메르쯔바우를 다름 아닌 바로 자신의 삶의 작품이라고 표현한 바가 있다. 그가 메르쯔바우에 부여한 이 막대한 의미의 무게는 1923년 이 후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던 시대적 상황 하에서 외국을 떠돌면서도 그 거대한 작업을 계속 시도했던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가늠할 만하다.
그의 첫 번째 메르쯔바우는 1920년 독일의 하노버에 있는 그의 집 스튜디오의 한 구석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것은 가히 추상작품을 대하는 것과 같은 환상적인 내부 구조물로서 꼴라쥬와 조각 그리고 건축적인 특성을 복합적으로 가진 것이었다.
3차원의 다양한 형태로 마감된 8개의 방에는 말 그대로 각종 재료와 오브제들로 꽉 채워져 있었다한다. 1937년 슈비터즈가 정치적 상황(그 당시 나찌는 그를 타락한 예술가로 간주했다한다.)에 밀려 하노버를 어쩔 수 없이 떠나야했던 그 때까지도 메르쯔바우는 계속 성장하고 변화되어가고 있던 중이었다. 결국 그 미완성의 작품조차도 1943년 폭격으로 인해 파괴되어버린다.

메르쯔바우는 원리적으로 미완의 작업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슈비터즈에 있어서 자서전적으로 만들어지는 개인적이며 역사적인 추억의 구조물이었기 때문에 그의 삶이 끝나지 않는 한 메르쯔바우도 완성될 수 없었을 것이다.

친구에게서 받은 선물, 낭만적 가치를 지닌 여러가지 물건들..... 일상을 통해서 그에게 중요하게 주목되는 어떠한 것이든 메르쯔에 보태어졌다. 원래 'The Cathedral of Erotic Misery'라고 불리우는 이 곳에는 봉헌대와 성체용기도 포함되었다. 그래서 몇몇 비평가들은 "예술에 몰입하는 것은 교회에 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라는 슈비터즈의 말대로 메르쯔바우를 모든 예술의 형식과 창조적인 가능성들을 껴안고 있는 20세기의 개인화되고 세속화된 교회로 간주하기도 한다.




우리가 사진상에서 볼수 있는 상태의 메르쯔바우는 1930년대가 되어서야 만들어지게 된 것인데 슈비터즈는 그 즈음에 자신의 개인적 환경의 변화를 반추하면서 하얀 목재와 회반죽의 건축적 어셈블리지로 메르쯔바우를 바꾸게 된다. 그의 메르쯔바우가 이렇게 제한적인 리얼리티로 대체된 것은 그 당시 변화된 정치적 상황의 압박감 탓이었을 것으로 추측하는 이들도 있다.
한스리히트는 슈비터즈에 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슈비터즈는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는 하루 24시간의 프로아티스트였다. 그의 천재성에는 세상을 면화시키기 위한 시간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에게는 '예술의 죽음'이라든가 '비예술'이나 '반예술'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없다.. 모든 전차티켓, 봉투, 치즈포장지, 시가포장끈, 낡은 구두밑창이나 장식들, 철사와 깃털들, 행주들 이 버려진 모든 것들이 오히려 그가 사랑했던 것이었으며 슈비터즈는 그의 예술을 통한 삶의 명예로운 자리에 이 모든 것들을 보관했다. "

처음에는 다다의 이름으로 메르쯔가 시작되었을지 모르나 메르쯔가 앞으로 나아가면 갈수록 다다와는 거리가 더 멀어진 것은 사실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다다가 고통스런 것이었다면 메르쯔는 행복한 것이었다. 재료들을 줍고 모으고 병치하고 붙이고 하여 독특하고 서정적인 미를 창조해내는 이 모든 작업들. 이것은 삶과 예술 사이의 보다 친밀한 관계에 도달하려는 쿠르트 슈비터즈의 방식이었던 것이다.


* 1937년 그는 결국 몸을 피해 노르웨이로 떠날 수밖에 없었으며 그곳에서 고향에 두고 온 메르쯔바우와 유사한 구조를 만드나 나찌를 피해 다시 영국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노르웨이의 오슬로에 만들어진 그 구조물도 지금은 불타 없어져버렸고 1947년 영국에 망명해서 만들었던 것만이 현존하고 있다.

[글쓴이] 큐레이터 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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